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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조도 힘들어' 불펜 밑천 드러났다, 믿을 건 닷새 쉰 선발진·이틀 쉰 필승조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은 KT 위즈에겐 악몽이었다. 4-15, 11점 이상의 점수 차도 충격적이었지만, 조기 투입된 마무리 김재윤과 함께 투입된 불펜진 4명이 무려 12실점을 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불펜 밑천을 다 드러내면서 충격패까지 당했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올릴 불펜 투수가 없다”며 한탄했다. 처음엔 엄살로 보였다. 필승조 손동현과 박영현이 지쳐 있고, 3차전에서 깜짝 호투한(2이닝 무실점) 이상동이 많은 투구 수로 4차전에 나서지 못한다지만 KT엔 이번 시리즈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투수가 4명이나 있었다. 배제성과 김민, 주권, 김영현이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이렇게 말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이는 4차전 투구 내용에서도 드러났다. 김영현이 1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실점, 김민이 아웃 카운트 없이 2피안타 2실점, 주권이 ⅔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한 데 이어 LG에 강했던 배제성마저 2이닝 3피안타 4사사구 3실점으로 부진했다. 컨디션은 물론 투구 감각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마침내 보유하고 있던 불펜진을 모두 소모했다. 하지만 밑천이 드러났다. 비록 한 경기뿐이지만, KT 불펜진의 한계가 드러났던 경기였다. 필승조는 물론, 추격조로도 버거운 투구로 이강철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다. 마무리 김재윤마저 부진하면서 운용의 폭이 더 좁아졌다. 결국 믿을 건 선발진이다. KT가 플레이오프에서 2패 뒤 3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선발진이 5~6이닝을 소화하고 손동현, 박영현 필승조가 1~2이닝씩 탄탄하게 막아준 덕분이다. 남은 5~7차전에서도 이렇게 가는 것이 이상적인 흐름이다. 물론,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되려면 타선의 폭발도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변수는 선발진과 필승조의 체력이다. 구속과 구위 모두 이번 가을야구에서 오버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선발진은 사나흘 휴식 후 등판을 반복했고 필승조는 6~7연투까지 감행했다. 4차전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엄상백 선발 투입으로 고영표·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 선발진이 닷새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해졌다는 점과 손동현·박영현 필승조가 한 경기 쉬어갔다는 점이다. KT는 체력을 비축한 투수들과 함께 5~7차전에서 대역전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 후 우승한 사례는 17회 중 무려 16차례나 된다. 우승 확률이 94.1%에 달한다. 반대로 1승 3패 후 3연승으로 우승한 팀은 2013년 삼성 라이온즈밖에 없었다. KT가 5.9% 확률에 도전한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1.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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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4] "얼마나 힘들었겠나" 37세 베테랑의 혼신의 슬라이딩, "표정 밝아져 다행"

“표정이 좋아져서 다행입니다.”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박병호의 반등을 반겼다. 박병호는 지난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만점 활약을 펼쳤다. 5회 빗맞은 안타로 출루한 박병호는 장성우의 땅볼 타구 때 나온 상대 실책을 틈타 3루까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득점까지 성공한 박병호는 8회 말 역전 2점포까지 쏘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박병호는 1·2차전에서 당한 8타석 무안타 행진을 깨고 부활의 날갯짓을 켰다. 이튿날 4차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의 홈런으로 경기가 끝났으면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았겠지만 안타깝다”면서도 “홈런 치고 나서 표정이 좋아졌더라. 오늘 경기부턴 좀 더 편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박병호를 격려했다. 답답한 마음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단행했던 박병호였다. 이강철 감독은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몸으로 보여주더라. 평소 같았으면 3루까지 안 뛰었을 텐데, 어떻게든지 가려고 하는 모습 덕분에 역전까지 이어졌다”라면서 “베테랑으로서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홈런까지 나왔으니 (박병호가 남은 시리즈에선)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박병호뿐 아니라)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마지막에 경기를 넘겨줘서 아쉬웠지만,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고 좋은 경기를 해주고 있다”라며 고마워했다. 한편, 이날 KT는 3차전과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문상철(지명타자)-알포드(좌익수)-오윤석(2루수)-조용호(우익수) 순으로 타선을 꾸렸다. 이 감독은 “역시 출루가 되니까 잘 풀리더라. 잘 맞은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간 건 운이 없었지만, 오늘 또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은 우리가 얼마나 잘 막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수원=윤승재 기자 2023.11.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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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속죄포 만큼 인상 깊었던 혼신의 질주

박병호가 드디어 웃었다. 10타수 무안타, 그간의 부진과 미안함을 모두 씻어낸 ‘속죄포’를 쏘아 올린 박병호는 그제서야 더그아웃에서 환한 미소로 동료들과 함께 환호했다. 팀은 비록 재역전패를 당했지만, 박병호의 자신감 회복과 타격감 부활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홈런 이전에 반전의 분위기는 이미 형성돼있었다. 행운의 안타와 혼신의 질주,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에 팀의 역전까지, 5회 한 이닝에 나온 긍정적인 결과들 덕분에 박병호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인상적이었다. 빗맞은 안타로 출루한 박병호는 장성우의 땅볼이 유격수 오지환 글러브 밑을 지나 외야로 흐르자 2루를 지나 3루까지 뛰었다. 타이밍은 확실히 늦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어떻게든 추가 진루를 위해 혼신의 전력질주를 했고, 보기 드문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하면서 3루에 도달했다. 간절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동안 박병호는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무대만 서면 작아졌다. 2014년과 2019년 히어로즈(넥센·키움)에서 KS를 경험한 그는 자신의 세 번째 KS인 올해 1·2차전까지 12경기 타율 0.156(45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에 머물렀다. 팀도 중심타선에서 박병호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어려운 승부를 계속해야 했다. 명예회복이 간절했던 상황에서 박병호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부활의 의지를 보이면서 동시에 팀 분위기도 살렸다. KT는 박병호의 투혼을 시작으로 대반격에 나섰다. 박병호의 3루 진루에 허를 찔린 LG 외야진은 송구 실책으로 장성우의 2루 진루를 막지 못했고, 이후 KT는 대타 김민혁의 적시타로 1점 차 추격의 분위기를 형성했다. 분위기를 탄 KT는 앤서니 알포드의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조용호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KT는 6회 바로 재역전을 내줬지만, 2점 차와 1점 차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LG 최강 불펜을 상대로 자신감을 찾았고, 무엇보다 박병호가 안타와 득점으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고무적이었다. 그리고 박병호는 8회 말 역전 2점 홈런으로 페이스를 완전히 되찾았다.비록 팀은 졌지만, 이번 홈런포로 박병호는 타격감과 자신감을 되찾았다. 남은 시리즈를 기대하게 하는 부활의 날갯짓이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1.1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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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3] '무안타' 미안했던 박병호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역전 2점포로 털어내나 했는데..

그간의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KT 위즈 내야수 박병호가 혼신의 주루에 이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투혼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이 슬라이딩은 KT의 5회 말 대추격의 출발점이 됐다. 박병호는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박병호는 KS 1·2차전까지 8타수 무안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볼넷은 한 개도 없었고, 외야로 공을 보내는 일이 드물었다. 3번 타자 알포드와 함께 무안타에 그치며 KT 공격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3차전에서도 부진이 이어지는 듯했다. 첫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나며 무안타 행진을 10타석(10타수)까지 이어갔다. 첫 타석에선 1사 1·2루 절호의 기회에서 병살을 쳐내며 체면을 구겼고, 3회 무사 2·3루 기회에서는 우익수 쪽으로 공을 보내 희생플라이를 노렸으나 공이 뻗지 못해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박병호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야 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다. 정우영의 몸쪽 높은 투심을 툭 밀어쳐 우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11타석만에 무안타 행진을 끊어낸 건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진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후 장성우의 타구가 유격수 오지환의 글러브 밑으로 스쳐 지나가면서 외야로 공이 흐르자, 박병호는 3루까지 혼신의 주루를 감행했다. 발이 느린 박병호였기에 타이밍은 확실히 늦었다. 하지만 상대의 허를 찔렀다. LG 외야진은 황급히 3루에 공을 연결했으나, 박병호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에 막혀 공이 뒤로 흘렀다. 그 사이 장성우가 2루까지 안착하면서 기회를 이어갔다. 박병호의 혼신의 주루가 만들어낸 득점 기회였다. 이후 KT 타선이 각성했다. 대타 김민혁이 우전 안타로 박병호를 홈으로 불러 들이며 2-3, 1점 차 추격에 성공했다. 이후 알포드의 적시 2루타까지 터지면서 3-3 동점이 만들어졌고, 2사 후 조용호의 안타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박병호의 안타와 혼신의 주루가 시작점이 되어 동점에 역전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KT는 6회 초 2점 홈런을 맞으며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박병호의 활약 덕분에 KT는 초반 무기력했던 흐름을 뒤로 하고 추격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박병호는 8회 말 역전 2점포를 쏘아 올리면서 그간의 부담을 훌훌 털어냈다. 박병호의 홈런포는 팀 패배에 빛이 바랬다. 하지만 그간의 무안타와 아쉬움을 투혼과 부활포로 훌훌 털어낸 것은 고무적이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1.1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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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겠습니다" 7연투·피멍 투혼,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KT 위즈는 지난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믿었던 '20대 필승조' 손동현·박영현이 7·8회 역전을 허용하면서 고개를 숙인 것. 이날 KT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1회부터 4점을 뽑아내며 순조롭게 승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달아날 때 달아나지 못하면서 무득점이 이어졌고, LG에 2점 차 추격을 당하며 쫓기기 시작했다. 이에 KT는 7회 시작과 함께 손동현과 박영현을 차례로 투입했지만, 손동현이 7회 2사 후 볼넷, 그 뒤를 이은 박영현이 7회 2루타 실점에 8회 볼넷 및 2점 홈런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KT의 선택은 당연했지만 아쉬웠다. 플레이오프부터 KS 1차전까지 무실점 이닝을 이어 오던 두 선수들이었기에 그들을 믿었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 이어 KS 1차전까지 6경기에 모두 개근해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고, 박영현 역시 플레이오프 4경기와 KS 1차전 마무리까지 팀이 필요로 한 순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바 있다. 다만 조금씩 체력 문제가 우려되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후 20일 가까이 쉬었고 시리즈 중간 두 번의 휴식(이동일)을 취했다지만, 가을야구에서의 체력 소모는 정규시즌보다 더 심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손동현은 2차전까지 '7연투'를 펼쳤고, 박영현은 1차전에서 타구에 정강이를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였음에도 "(2차전에도) 던질 수 있다"라고 어필하며 투혼을 발휘했다. 결국 KS 2차전에서 탈이 났다. 7회 마운드에 올라 2사까지 잘 막은 손동현은 다음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교체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들어보여서 교체했다"라고 했다. 뒤이어 오른 박영현이 2루타와 볼넷, 2점 홈런을 잇따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더 많았고,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이 감독은 "트레이너 파트에선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라며 부상 여파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부상에 체력 여파가 누적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믿었던 젊은 필승조들의 충격 역전패. 하지만 이들을 비난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KT가 플레이오프 2패 뒤 3연승에 이어 KS 1차전까지 4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데엔 두 선수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2차전 한 경기가 아쉬웠을 뿐이다. 9일 하루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충전할 수 있고, 3~7차전에서 반등할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이강철 KT 감독 역시 이들을 감쌌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두 선수는 그동안 너무 잘해줬다. 내일(9일) 하루 쉬면 괜찮을 것 같다"라며 선수들을 토닥였다. 이들을 리드하는 포수 장성우도 "손동현은 큰 경기에서 자기 기량의 이상을 발휘하는 선수다.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내가 놀랄 정도다. (박)영현이는 이제까지 워낙 잘해왔기 때문에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해주고 있다. 두 선수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왔다. 두 투수들에게 고맙다"라면서 이들을 칭찬한 바 있다. 이제 막 가을야구에 첫 발을 내딛은 손동현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지만 우승이 걸린 한국시리즈 무대는 처음인 박영현도 '첫 가을 시련'을 맞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부진일 뿐 여전히 이들은 KT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들이다. 이날 경기가 이들의 성장에 훌륭한 자양분이 됐을 터. 남은 시리즈에서의 반등을 기대해본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3.11.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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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다 됐네' 절뚝이며 혼신투, "아파도 참고 던지자는 생각만, KT 응원밖에 안 들려"

“아파도 참고 던져라, 정신 붙잡고 투구하려고 했죠.”7일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끝나고 만난 박영현(KT 위즈)의 다리에는 얼음 주머니가 칭칭 감겨 있었다.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빠르게 이동해야 했지만, 그의 오른쪽 다리가 절뚝이고 있었다. 하지만 박영현은 미소를 잃지 않고 “괜찮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버스로 이동했다. 이날 박영현은 어색하지만 익숙한 마운드에 올랐다. 3-2로 앞선 9회 말, 팀의 1점 차 리드를 막아내야 하는 세이브 상황에 오른 것. 마무리 김재윤이 있었지만, 몸을 먼저 풀었던 박영현이 9회 마운드를 책임졌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PO)에서 세이브를 올려 역대 포스트시즌(PS) 최연소 세이브(19세 6일)의 주인공이 됐던 그는 첫 한국시리즈에서도 마무리 역할을 맡아 힘차게 공을 던졌다. 그의 우상인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따라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다”던 그가 KS에서 새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첫 타자부터 쉽지 않았다. 문성주의 강한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는 아찔한 상황을 맞은 것. 그러나 박영현은 고통도 잊은 채 타구 방향을 쫓았다. 그리고는 1루 가까이 다가가 주자 문성주를 직접 태그해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그제서야 고통을 느낀 박영현은 잠시 주춤했지만, 다가오는 트레이너 코치들을 향해 괜찮다는 수신호를 했다. 이후 몇 차례 연습 투구를 진행한 박영현은 재개된 경기에서 두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세이브를 올렸다. 경기 후 타구 강타 당시를 회상한 박영현은 “공밖에 안 보였고, 무조건 잡아서 반드시 내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이 원바운드 되고 바로 맞아서 아팠다. 그래도 공만 보고 쫓아갔다. 이후엔 ‘아파도 참고 던져라’는 말만 계속 떠올랐고, 정신 붙잡고 투구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고통 참고 던진 혼신의 역투. 그 결과 박영현은 팀에 귀중한 첫 승을 안겼다. 포수 장성우는 “박영현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뒤로 구위가 살짝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점점 더 좋아지고 있더라. (박)영현과 (손)동현이가 3이닝을 잘 막아준 덕분에 첫 승을 챙길 수 있었다. 영현이에게 고맙다”라며 박영현을 칭찬하기도 했다. 박영현 자신도 KS 첫 세이브를 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그는 “지난해 세이브는 준플레이오프에 만든 것이었고 이번엔 한국시리즈였다. '똑같이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행복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정강이 상태는 괜찮을까. 하지만 박영현은 “다음 경기도 당연히 등판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승리를 위해서는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 아파도 참고 이겨낼 것이다. 모든 경기에 다 나갈 수 있다. 반드시 막아내겠다”라며 팀 승리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잠실 야구장은 일찌감치 2만3750석이 모두 매진됐다. 29년 만의 우승을 원하는 LG팬들로 가득했고, 3루 원정석에도 마찬가지였다. 박영현을 비롯한 KT 선수들은 일방적인 응원과도 싸워야 했다. 하지만 박영현은 "KT 팬분들 목소리밖에 안 들렸다. 많이 찾아와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이길 수 있었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3·4차전 홈경기 땐 더 많은 팬분들이 오실 것이다. 그러면 더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3.11.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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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책·삼중살·주루사 세 번에도 이겼다, 이것이 KT 마운드의 힘

실책으로 인한 실점, 찬스마다 번번이 나온 본헤드플레이까지. 오히려 수비는 상대 LG 트윈스가 더 탄탄했고, 안타도 8회까지 상대가 더 많았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KT 위즈를 향해 웃었다. 숱한 위기를 넘긴 마운드의 힘 덕분이다. KT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KT는 우승 확률 74.4%를 획득했다. 역대 40번의 KS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것은 무승부로 끝난 1982년을 제외하고 29차례로 확률이 74.4%에 달한다. KT가 1차전 승리를 거두며 KS 우위를 점했다. 승리는 했지만 이날 KT의 경기는 순탄치 않았다. 1회 초 선취점을 올린 직후인 1회 말에 실책으로 실점 및 역전을 허용했고, 2회엔 번트 실패로 삼중살을 당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4회 동점 후 역전 기회에선 3루 주자 앤서니 알포드의 본헤드플레이로 홈 앞에서 주루사를 당해 역전에 실패했다. 7회에도 장성우가 홈 쇄도를 시도했지만 상대의 중계 플레이에 막혔다. 삼중살 포함 주루사만 세 번이나 나왔고, 홈 앞에서 두 번이나 주자가 비명횡사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KT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숱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투수들이 있었다. 이날 선발 고영표는 1회 2실점 이후 6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고 호투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몸에 맞는 볼도 두 차례 나왔지만 실점은 없었다. 4회 1사 1·3루 위기도, 5회 2사 1·2루 위기도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후 KT는 손동현(2이닝)과 박영현(1이닝) 필승조를 투입해 점수를 유지, 결국 승리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오늘 경기는 사실 초반에 빠르게 승기를 가져와서 여유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미스 플레이가 여럿 나왔다”라면서도 “끌려갈 수 있었던 경기를 선발 고영표가 위기관리 능력으로 좋은 피칭을 해줬고, 손동현이 2이닝을 막아주면서 마지막에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라며 잘 던진 투수들을 칭찬했다. LG가 가장 우려했던 모습이었다. LG는 미디어데이 때 KT의 선발진을 가장 크게 경계했다. KT 선발진을 빠르게 무너뜨리는 것이 키포인트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고영표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고, 선수는 적지만 탄탄한 필승조도 함께 경계했지만 이겨내지 못했다. LG는 23일간의 휴식기로 무뎌진 경기감각 우려에도 호수비 3개와 많은 안타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KT 마운드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다. KT는 8일 2차전 선발로 윌리엄 쿠에바스를 내보낸다.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했다. 다만 올 시즌 LG전에선 세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11.45로 부진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서 7점대 평균자책점(7.36, 무승 2패)으로 LG에 약했던 고영표가 1차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만큼, 쿠에바스에게도 희망이 있다. 탄탄한 선발진이 장점인 KT가 2차전에서도 강점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3.11.08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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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3] "무사 1·3루? 망했네" 덤덤해 한 MBTI 'T' 포수, 열 살 차이 대선배도 다독인다

“무사 1·3루? 망했네.”지난달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 2-3으로 앞선 NC는 9회 큰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2명을 차례로 내보내면서 무사 1·3루 동점 및 역전 위기를 내준 것. 젊은 안방마님 김형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형준은 “망했네”라는 말부터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김형준은 침착했다. 흔들리는 마무리 이용찬을 리드하면서 아웃 카운트 2개를 내줬고, 타격감이 좋은 배정대를 고의4구로 내보내며 만루를 맞았음에도 침착하게 안방을 지켰다.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고 한다. 그는 “어쩔 수 없다. ‘동점은 내줘도 역전만 막자’는 생각으로 9회를 임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결과는 무실점. 2사 만루서 나온 오윤석의 빗맞은 타구를 유격수 김주원이 몸을 날려 잡아내면서 3-2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주원의 환상 다이빙 캐치가 나오자 김형준은 양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고, 곧 이용찬에게 다가가 승리와 세이브를 축하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형준은 “찐으로(진짜로) 놀란 리액션이었다. 타구가 느리게 보이더라. 김주원이 대단해 보였다”라고 말했다. 대담한 성격의 김형준은 자신을 ‘T(MBTI에서 이성적인 사람을 일컫는 말)’라고 소개했다. 위기를 맞아도 긴장 대신 현실을 자각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생각해내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덕분에 열 살 차이 나는 대선배를 다독이는 데도 스스럼이 없다. 흔들리는 이용찬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기도 한다. 이에 김형준은 “그날 점수를 주면 뭐가 안 좋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다”라면서 “(용찬이 형이) 최근 실점이 있지만, 점수를 줘도 이겼으면 끝 아닌가. 괜찮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점수 주는 건 그냥 흘려보내고 지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경기한다”라며 덤덤해 했다. 한편,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는 11월 2일은 김형준의 생일이다. 생일 축포를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그는 “딱히 신경은 안 쓴다. 오늘 경기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하면서 ‘T’다운 각오를 전했다. 창원=윤승재 기자 2023.11.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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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수원] 강백호 희생번트→도루에 놀란 이강철 감독, "팀에 좋은 영향" 칭찬

“팀에 도움을 주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전날(25일) 기습 희생번트를 감행한 강백호를 칭찬했다. 강백호는 지난 2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의 경기에 7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4회 말 희생번트를 시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상황은 이랬다. KT가 3-0으로 앞선 4회 말, 선두타자 황재균이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강백호가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공은 배트 위를 맞고 떠올라 투수에게 향했고, 2루로 뛰던 1루 주자 황재균이 아웃을 당했다. 홈런 타자 강백호의 희생번트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루 주자의 스타트가 늦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강 타격 코치에 따르면, 이는 작전이 아닌 강백호 개인의 판단에서 나온 번트였다. 김 코치가 강백호에게 이유에 대해 묻자, “3점 차에서 주자가 득점권까지 진루해 한 점을 더 낸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번트를 댔다”고 답했다는 후문. 이튿날(26일) 만난 이강철 감독도 “작전은 아니었다. (장타자) 강백호에게 번트를 시키지 않는다”라고 웃었다. 이 감독은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실패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도루도 했고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했다. 도루도 지시를 내린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감독은 “(최근) 강백호의 생각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팀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라면서 “이런 모습이 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전날 희생번트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그를 칭찬했다. 후반기 타율 0.462(13타수 6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배정대에 대해선 “초반엔 공이 아예 배트에 맞지 않았는데, (전반기 마지막)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계속 좋은 타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배정대가 (9번 타순에서) 1번 타순으로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덕분에 1~3번에서 득점이 잘 나오고 있다. 지금 타율은 낮지만 조금씩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KT 위즈는 김민혁(우익수)-김상수(유격수)-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강백호(지명타자)-황재균(3루수)-박경수(2루수)-배정대(중견수) 순으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 마운드엔 고영표가 오른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07.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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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냉탕] 10K+@ 투구=승수 추가 실패...이상한 징크스 빠진 안우진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24)이 3경기 연속 4실점 이상 기록했다. 특유의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줬지만,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안우진은 1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고척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 6과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11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2~6회 완벽한 투구로 삼진쇼를 펼쳤지만, 7회 초 갑자기 흔들렸고, 구원 투수까지 난조를 보이며 실점이 늘어났다. 안우진은 시즌 14번째 등판이었던 6월 22일까지 1점(1.61)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 연속 실점 관리에 실패하며 이 기록이 2.44까지 치솟았다. 키움이 2-4로 패하며 시즌 5패(6승)째를 당하기도 했다. 안우진은 1회 초 고전했다. 선두 타자 김민혁에게 던진 포심 패스트볼(직구)가 통타 당하며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김상수에겐 커브가 빗맞아 우익 선상 안타로 이어지며 2·3루에 놓였다. 이 상황에서 실점 위기를 최소화했다. 중견수 이정후의 호수비 덕분이다. 위기에서 앤서니 알포드에게 가운데 외야로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지만, 이정후가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다. 3루 주자 김민혁은 태그업 뒤 홈을 밟았지만, 2루 주자의 진루는 막았다. 안우진은 이후 리그 대표 파이어볼러다운 위력을 보여줬다. 후속 타자 박병호를 내야 땅볼 처리했고, 5번 타자 장성우는 시속 144㎞/h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진 처리했다. 안우진은 2회부터 삼진쇼를 펼쳤다. 2회는 황재균과 이호연, 문상철을 모두 삼진 처리했다. 3회도 선두 타자 배정대와 후속 김민혁에게 삼진을 솎아냈다. 1회 2사부터 6타자 연속 탈삼진이었다. 결졍구도 다양했다. 장성우와 황재균 그리고 배정대는 슬라이더, 이호연은 체인지업, 문상철과 김민혁은 모두 직구로 잡아냈다. 안우진은 4회도 선두 타자 알포드와 박병호를 상대로 삼진을 추가했다. 4회까지 8개. 안우진은 5회 1사 뒤 이호연에게 다시 탈삼진을 잡아냈다. 백미는 주자를 2루에 두고 상대한 대타 강백호와의 승부. 강백호는 최근 컨디션 난조로 2군에 있다가 이날 1군에 콜업됐고,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로 나섰다. 안우진은 초구부터 시속 155㎞/h 강속구를 뿌렸다. 체인지업 1개를 보여준 뒤 직구가 아닌 몸쪽(좌타자 기준) 커브로 다시 타이밍을 빼앗았다. 결국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커브로 삼진을 잡아냈다. 지난 5월 6일 SSG전 이후 10경기 만에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2022) 탈삼진왕(224개) 다운 위력. 하지만 안우진은 웃지 못했다. 순식간에 흔들렸다. 7회 초 선두 타자 박병호에게 좌전 안타, 장성우에게 진루타,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주며 놓인 위기에서 앞서 삼진 2개를 잡아낸 이호연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1-1 균형이 깨진 순간이었다. 키움 벤치는 이 상황에서 안우진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투구 수가 120개였다. 벤치의 교체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다. 키움은 구원 투수 양현이 문상철에게 진루타를 맞은 뒤 조용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2점 더 내줬다. 모두 안우진의 책임주자였다. 안우진이 또 4실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5와 3분의 1이닝 5실점) 4일 NC 다이노스전(6이닝 4실점)에 이어 3경기 연속 4실점 이상 기록했다. 키움은 이어진 8회 말 공격에서 김혜성이 적시타를 치며 1점을 추격했지만, KT 필승조 상대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2-4로 패했다. 안우진도 패전 투수가 됐다. 공의 위력을 보면 안우진의 현재 페이스를 슬럼프로 꼽긴 어렵다. 하지만 결과는 분명히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안우진은 이날 탈삼진 11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다섯 번째 '한 경기 두 자릿수' 탈삼진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런 탈삼진쇼를 펼친 5경기에서 거둔 승수는 없다. 패전만 3번, 승패를 기록하지 않은 경기는 2번이다. 키움의 승전은 4월 1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스코어 2-1)이 유일하다. 안우진은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답게 탈삼진으로 그라운드를 장악한다. 공교롭게도 그런 경기에서 유독 승운이 없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7.1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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